ㆍ탄핵심판 5차 변론 출석
ㆍ“논리 비약”“유도신문” 강한 어조…형사재판 때와 달라져

<b>살짝 올라간 입꼬리</b>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5차 공개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살짝 올라간 입꼬리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5차 공개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어떤 이권에 (개입)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그런 적도 없고 대통령도 그럴 분이 아니다. … 내가 직접 참여(관여)했다는 증거가 있느냐.” 

1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최순실씨(61)는 소추위원 대리인단의 추궁에 맞서 자신과 박 대통령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최씨의 탄핵심판 변론 증언 태도는 형사재판에서와는 확연히 달랐다. 형사재판에서는 줄곧 고개를 숙이거나 발음을 흐리며 자신 없는 태도였다. 하지만 탄핵심판에서는 질문하는 소추위원 대리인에게 “논리의 비약”, “유도신문”이라며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무엇을 했느냐는 소추위원 대리인단 질문에 최씨는 “저는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가, 그날 박 대통령을 만난 적 있느냐는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질문에는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최씨는 또 청와대 출입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출입한 이유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일”이라며 증언을 거부했다. 청와대에 누구의 차를 타고 들어갔느냐는 이정미 재판관 질문에도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미르재단을 누가 운영할 계획이었는지에 대해서도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 재단을 운영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분은 그런 생각을 하시는 분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도 “자체적으로 틀을 짜고 있지 않았느냐. 그걸 너무 그렇게 비화시키면 안된다”며 누가 운영할 것인지는 답하지 않았다. 

최씨는 이번 게이트가 과거 측근 고영태씨(41)가 자신을 모함하려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추위원 대리인단이 고씨의 검찰 진술을 토대로 여러 질문을 했지만 최씨는 “고영태의 말에는 신빙성이 없어서 대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날 국정농단 혐의를 모두 부정했지만, 구체적인 사실이 제시되자 의미 없이 한 일이라고 했다. 자신의 추천으로 공무원이 된 사람도 없다고 했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8)을 추천한 것에 대해서는 “직접 소개하지는 않고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이력서를 줬다”며 “대통령님은 항상 본인이 판단을 하고 검증을 거치기 때문에 누가 추천했다고 해서 된다고 생각은 안 했다”고 했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56)의 이력서를 정 전 비서관에게 전달한 사실도 시인했다.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 재단 운영을 부탁했느냐는 질문에는 “잘 돌아가는지 봐달라고 했을 뿐”이라고 했다. 정 전 비서관이 최씨에게 ‘VIP(박 대통령)께서 선생님의 컨펌(확인)을 받았느냐고 빨리 확인하라신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과 관련해 무엇을 컨펌했느냐는 질문에 최씨는 “주로 연설문”이라며 “워낙 꼼꼼하신 분들이라 그렇다”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의 말씀 자료나 연설문 등을 e메일이나 인편으로 받은 적이 있느냐’는 소추위원 대리인단 질문에도 “있다”고 했다. 최씨는 “다른 것은 본 적도, 관심도 없고, 연설문의 감성적인 표현만 봤다”고 답했다. 고위 공무원 인사 자료는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을 통해 정유라씨의 초등학교 동창 부모가 운영하는 중소기업 KD코퍼레이션이 현대차에 납품하도록 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이는 기술력은 있지만 납품 활로가 마땅치 않은 중소기업을 알아봐 달라고 한 박 대통령의 부탁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혜리·곽희양·윤승민 기자 lhr@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