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투수 메릴 켈리. 그가 한국에서 뛰는 동안 외국인 선수의 연봉·계약금 시세는 크게 올랐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SK 와이번스 투수 메릴 켈리. 그가 한국에서 뛰는 동안 외국인 선수의 연봉·계약금 시세는 크게 올랐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2018시즌을 앞두고 외국인선수 3명과 모두 계약을 마친 6개 구단의 시즌 전 외국인선수 계약 발표액 추이를 살펴보니, 3년전인 2015시즌보다 연봉·계약금·옵션을 평균 75만2500달러(약 8억1800만원)를 더 주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KBO리그의 전력 보강 키워드가 ‘확실한 외국인 선수’와 ‘S급 자유계약선수(FA)’로 축약되면서, 준척급 FA에게 줄 수 있는 1년치 돈을 외국인 투자에 더 쓴 셈이다.

지난 시즌 우승팀 KIA 타이거즈는 우승주역 외국인 3인방에게 내년 시즌 총 402만5000달러를 주기로 하고 계약했다. 반면 2015시즌에는 내야수 브렛 필과 총액 70만달러, 투수 필립 험버와 60만달러, 조쉬 스틴슨과 50만달러에 계약했다. 3명의 총액 180만달러는 헥터 노에시의 내년 연봉(200만달러)보다도 적다.

SK 와이번스도 메릴 켈리와 총액 175만달러(연봉 140만달러, 옵션 35만달러)와 계약하는 등 옵션 포함 총 370만달러를 외국인 선수 3명에게 주기로 했다. 2015시즌 초 외국인 3명과 계약한 총액 182만5000달러와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투자 여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넥센 히어로즈는 2015시즌 3명에게 총 156만달러를 계약했다. 그러나 2018시즌을 앞두고 에스밀 로저스에만 150만달러를 주기로 하는 등 총 275만달러에 외국인 3명과 계약을 마쳤다.

두산과 한화는 지난 시즌에 비해 외국인 선수에 대한 투자액을 크게 줄였다. 두산은 외국인뿐 아니라 국내 선수에 대한 지출도 긴축하기로 한 상태라 FA 영입에도 소극적이었다. 한화는 지난 시즌 이름값이 높은 선수를 영입했으나 부상 탓에 자주 활용하지 못해 젊고 가능성있는 선수에 초점을 맞췄다. 그럼에도 2015시즌보다는 두산은 45만달러를, 한화는 20만달러를 더 썼다. 실제 선수들이 받은 돈은 발표액과 차이가 있겠지만, 시세가 오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

3년 동안의 외국인선수 연봉·계약금 차이는 약 8억원이다. 이는 준척급 FA들의 연평균 계약금액 수준이다. 최근 4년 29억원에 FA 계약을 마친 SK 정의윤(연평균 7억2500만원), 지난 시즌을 앞두고 4년 27억원에 계약한 삼성 이원석(6억7500만원), 4년 40억원에 계약한 KIA 나지완(10억원)이 이 수준에 계약을 맺었다.

모기업이 지원을 크게 늘리지 않는다면, 구단들은 한정된 예산 내에서 살림을 꾸려야 한다. 각 구단들이 경쟁적으로 수준 높고 젊은 외국인선수들을 데려오려고 해 외국인 몸값은 높아진 반면, FA를 영입할 때 추가로 내줘야할 보상선수와 연봉의 최대 300%는 여전히 구단들에 부담이다. 여기에 선수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각 구단들은 준척급 FA에 쓸 돈을 다른 곳에 돌린 것으로 보인다.

KBO 외국인 선수에 들어간 돈, 3년새 '준척급 FA' 수준으로 늘어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