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쏠쏠한 공격옵션이었던 도루가 최근 KBO리그에서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지난해 박해민(삼성)이 역대 최소 도루(36개)로 도루왕을 차지했고, 한 시즌 경기수가 720경기로 늘어난 와중에도 2017년(778개)에 이어 지난해 도루(928개)도 1000개에 못미쳤다.

아웃으로 연결될 위험도 적지 않고 부상 가능성도 있는 도루 대신 장타와 강공, 인플레이 때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주루플레이가 더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새해 KBO리그에 일어나는 변화가 최근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SK 와이번스 한동민이 지난해 11월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도루를 시도했으나 아웃되고 있다. 이석우 기자

SK 와이번스 한동민이 지난해 11월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도루를 시도했으나 아웃되고 있다. 이석우 기자

2019시즌부터 KBO리그에 적용되는 변화 중 하나는 공인구 반발계수 하향 조정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12월21일 연 규칙위원회 회의에서 “국제대회 경쟁력 강화와 지속되는 타고투저 현상 완화”를 명분으로 내걸고 미국·일본 프로야구보다 높았던 공인구 반발계수(0.4134~0.4374)를 올 시즌부터 0.4034~0.4234로 낮추기로 했다.

효과의 정도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보다 장타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장타가 전보다 줄어들게 되면 주자를 득점권으로 더 많이, 자주 보내기 위한 일환으로 벤치가 도루를 더 많이 시도할 수 있다. 

또 다른 변수도 있다. 지난해 말 규칙위원회에서는 ‘더블 플레이 시도시 슬라이딩 규정’도 신설하기로 했다. 내야 병살타 수비 때 주자들의 슬라이딩에 수비수들이 충돌해 다치는 경우를 방지하자는 이유에서 도입키로 했다. 유격수 자리에서 병살타구를 처리하다 슬라이딩한 주자의 다리에 걸려 큰 부상을 당했던 메이저리거 강정호(피츠버그)의 사례를 들어 ‘강정호법’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누상에 있는 주자가 내야땅볼로 진루하는 과정에서 과한 슬라이딩으로 수비수를 방해했다고 판단되면 주자와 타자에게 동시 아웃이 선언된다. 올 시즌에는 출루한 주자들의 주루플레이와 슬라이딩이 전보다 소극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벤치는 주자를 1루에 두고 인플레이 때 적극적으로 뛰게 하기보다는 인플레이 전에 2루에 이를 수 있도록 도루 시도를 늘릴 수도 있다. 

예년에 비해 여전히 적은편이지만 지난해 도루 시도가 2017년보다 늘어난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 2017년 10개팀은 720경기에서 1185번 도루를 시도했다. 경기당 평균 1.65개였다. 이 수치가 지난해에는 1.86개로 늘었다. 전·후반기를 비교해보면 전반기에는 1.80개로 2017년과 차이가 크지 않았던 반면 후반기에는 1.96개까지 늘어나는 등 선호도가 떨어졌던 도루가 시즌 막판 순위싸움 승부처에서는 주요 작전으로 쓰였다. 새로운 시즌 코칭스태프들의 변화와 맞물려 도루의 위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