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가 지난 5월에 이어 에너지 부문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별도의 양자회담을 한 뒤 양국이 총 17건의 협력문서에 서명했다고 이타르타스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서명한 문서 가운데는 러시아 국영에너지업체 가스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 간 가스공급에 대한 포괄적 협정, ‘서부 노선’ 가스공급 사업 관련 양해각서도 있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협력문서 서명식 중 악수를 하고 있다. /베이징 | AFP연합뉴스



‘서부 노선’ 가스 공급 사업은 서부 시베리아에서 가스관을 통해 중국 서부 지역까지 가스를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연평균 300억㎥씩 30년간 가스를 공급하기로 돼 있다. 양국은 내년 상반기를 계약 체결 목표시한으로 삼고 있으며, 가스 공급은 2019년부터 시작된다고 이타르타스통신 등은 전했다.

양국은 이미 지난 5월 러시아 시베리아·극동 지역에서 중국 동부로 가스를 공급하는 사업 계약에 서명했다. ‘동부 노선’으로 이름 붙은 사업으로, 러시아가 중국에 30년간 연평균 380억㎥를 공급하기로 했다. 계약규모는 4000억달러(약 43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후 푸틴은 “전세계를 보다 안정되고 예측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 간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는 그동안 많은 것을 이뤄냈고, 미래에도 이같은 방향으로 협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 주석도 “러-중 관게라는 이름의 나무를 우리는 소중히 가꿔왔다. 이제 가을이 됐으니, 열매를 수확할 때다”라고 화답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미국과 서방이 제재 규모와 대상을 늘리자, 러시아는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가스프롬 최고경영자(CEO) 알렉세이 밀러는 이날 협력문서 서명 후 “러시아의 대중국 가스공급은 장기적으로 대유럽 공급량보다 더 커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