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주민 3만명 터전 잃을 판

중국계 건설업체가 무려 500억달러(약 55조원)의 공사비를 들여 착공한 니카라과 운하가 논란을 빚고 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빈국 니카라과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지만 운하 건설에 따른 지역 주민들의 삶과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태평양 연안 도시 브리토에서 카리브해의 푼타고르다를 잇는 니카라과 운하의 총길이는 약 280㎞에 달한다. 컨테이너 2만5000개를 실은 대형 화물선 한 척이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수로 폭이 넓고 수심이 깊다. 예상 공사기간은 5년으로 2019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2일 열린 착공식에는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과 공사를 시행하는 홍콩니카라과운하개발(HKND) 창업자인 중국계 기업인 왕징 등이 참석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착공식에서 “이 프로젝트는 거리에 나앉은 빈민들과 그들의 가족에게 많은 부를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운하가 완공되면 HKND는 니카라과 정부에 매년 1000만달러(약 110억원)를 내는 조건으로 100년 동안 운하 건설·관리·개발 권리를 갖게 된다. HKND는 운하 인근에 도로, 항구뿐 아니라 공항, 철도를 건설할 계획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500달러(약 496만원)에 불과한 니카라과는 운하 건설로 인한 경제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운하 건설에 대한 현지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 여론이 거세다. 환경단체들은 운하가 지나는 니카라과호의 수질 오염을 경고하고 있다. 니카라과호는 국민들의 주요 식수 공급원이다. 운하가 통과하는 지역 주민들도 삶의 터전을 잃을까 우려하고 있다. 가디언 등은 농부와 지역 원주민 3만명이 운하 건설 때문에 살던 곳을 떠나야 한다고 전했다. 농부 에스테반 루이스는 “도망가지 않고 죽을 때까지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싸우겠다”고 일간 라호르나다에 말했다.

착공식이 열린 22일 수도 마나과 등 니카라과 전역에서는 수천명이 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오르테가 대통령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작을 것이며, 토지를 잃는 농부들에게는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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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