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박물관을 다녀온 뒤 느꼈습니다. '관심사'에 맞는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게 좋겠구나. 그래서 여름 휴가 땐 일본 오사카(大阪)로 여행을 가기로 정했습니다. 오사카나 인근 교토(京都)는 (제가 보기엔) 도시화된, 그래서 서울과 별다를 게 없어봬는 도쿄보단 나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근처에 고시엔이 있다'는 거였죠.


고시엔(甲子園), 정확히는 고시엔 구장은, 일본 야구의 대표적인 명소되겠습니다. 일본프로야구(NPB) 팀 중 간사이(관서·関西) 최고 인기팀인 한신 타이거스의 홈구장이라는 상징성이 있습니다...만, 더 유명한 건 매년 3월, 8월 열리는 전국 규모의 고등학교 야구 대회가 열리는 곳이라는 사실입니다. (두 대회가 서로 다른 대회라고 하네요. 주최도 다르고 명칭도 다르고. 고시엔에서 열리는 점만 같군요.)


때문에 일본 야구 고교 야구만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죠. (고시엔 대회 지역예선만 등장하기도 합니다만)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제가 봤던 작품 중 아다치 미츠루(安達 充)의 <H2>, <터치>에도 고시엔이 등장하죠. 다만 한국식 발음인 '갑자원'으로 표기됩니다. 알고보니 구장을 갑자년(1924년)에 만들어서 갑자원이 됐다네요.





아무튼 야구 만화에서도 자주 봤거니와, 겨울에 야구 경기를 못 본 아쉬움도 있고 해서 이번엔 오사카에 들러 고시엔에 가기로 했습니다. 일본 야구를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현재 일본에서 오승환-이대호 선수가 뛰고 있으니 직접 볼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했구요. (내년엔 미국이든 한국으로 팀을 옮길지도 모르니까요) 한신 타이거스는 오승환 선수 소속팀입니다. 


그래서, 비행기 티켓 끊고, 숙소 잡고, 그 다음 일은 고시엔 구장 한신 홈경기를 예매하는 거였습니다. 모르는 일본어야 구글 번역기가 알려는 줬지만, 예매 시스템을 제대로 몰라서 3시간 넘는 사투끝에... 간신히... 예매 ㅠ_ㅠ


그리고 7월30일, 드디어 그 유명한(!) 고시엔을 찾았습니다. 가고나서 알았습니다. 고시엔 구장은 오사카가 아니라 효고(兵庫)현 니시노미야(西宮)에 있다는 것을요.


오사카-고베-교토는 일본 지역 대부분이 그렇듯 전철로 연결돼 있는데요. 고시엔도 전철을 타고 고시엔역에 내리면 됩니다. 이 고시엔역은 '한신(神)전철' 노선에 있는 역입니다. 이 한신은 '한신 타이거스'할 때 그 한신 맞는데요, 철도-유통 회사 되겠습니다. 역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데, 고시엔구장과 5분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 시작 임박해 구장에 도착했기 때문에, 사진은 구장 앞에서 처음 찍었네요.




올해 개장 90년을 맞는 곳이지만, 꾸준히 리모델링을 했다고 합니다. 4만7800석 규모로 일본 프로야구 구장 중에서는 제일 크다고 하구요. 한신 타이거스 홈구장 답게 용품점 '타이거스 샵'이 있네요. 하지만 경기 시작이 임박한지라 주변은 둘러보지 못하고 구장에 얼른 들어가기로 합니다.





표를 내야석으로 끊었는데... 파울 폴대 앞이네요. 한신이 일본에서 요미우리 다음 가는 인기팀이자, 간사이 지역에 '광팬'들을 다수 보유한 줄은 알았는데, 평일 경기에도 경기장은 이미 가득찼습니다. 위 사진 너머 외야석에 있는 저 벌건(?) 것들 모두 관중입니다. 아래 사진에 내야석 빈자리도 경기가 한창 진행 되니 가득차게 됩니다.


인상적인건, 오늘 관중들에게 모두 녹색 유니폼(?)을 나눠줬다는 건데요. 사진 가까이에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입은 녹색 옷. 저거 돈 주고 산게 아니라, 입장하면서 나눠준 겁니다. 저도 받았구요. (단추는 잠글 수 없었지만)




파란색 광고판 'わかさ生活' 아래 파랑-초록 등등 우산 보이시나요.(클릭하시면 더 잘보입니다) 저기가 상대팀인 야쿠르트 스왈로스 원정 응원단이었습니다. 야쿠르트 선수들이 공격할 때 선수 응원가들을 일일이 부르더군요. 경기 초반에 살짝 빗방울이 떨어지길래 저 우산이 응원용이라는 건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사진에는 안나왔는데 팀 깃발도 흔들고 그럽니다.


바꿔 말하면, 저 우산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다 한신 팬이라 보시면 됩니다.


응원 문화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각 선수마다 응원곡이 있는 건 한국 프로야구 팀들과 비슷합니다. 다만 응원가가 정형화됐다는 게 한국과는 다릅니다. 한국에선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음악이 선수 응원가에 쓰이구요, 그러다보니 멜로디와 박자도 다 천차만별입니다. 일본 선수들 응원가는, 멜로디야 다르지만 응원가마다 박자는 다 같습니다. 정해진 박자 안에서 응원가를 한 명씩 만드는 거죠.


직접 본 인상적인 차이 또 하나는, 일본에는 '득점 찬스' 때 나오는 응원가가 별도로 있습니다. 한국이야 분위기의 변화는 있지만 주자 상황과 별 상관없이 '안타' '홈런' 콜을 하는데요. 한신 타이거스는 찬스 때 나오는 응원가가 따로 있더군요. 그리고, 그 응원가를 관중들 전부 알고 있습니다... 그 응원가 원본이 무엇인지 검색해봤지만, 한글 검색으로는 쉽게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 응원가는 아래 영상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4만여 관중들이 함께 따라한 이 응원가. 


아래 댓글의 도움으로 새로 알게 됐는데요.チャンス襲来' (찬스 습래) 라는 응원이라네요. '찬스가 왔다' 정도로 해석하면 되지 않을지






【前奏:(演奏) Let's Go(×3) 鳥谷

[전주 : (연주) Let's Go (3번) 도리타니]


チャンスだ 振り抜け かっ飛ばせ (×2)

[찬스다. 휘둘러서 멀리 날려라 (2번)]


(演奏)オーオー! (演奏)オーオー! (演奏) 鳥谷! (×2)

[오오!(짝짝) 오오!(짝짝)  (뜻 모를 수식어) 도리타니! (2번)]


コール:(ドラム) ヤクル せー (ドラム)かっ飛ばせ 鳥谷! (ドラム) 鳥谷!】 

[ (짝짜자 자작) 야쿠르트를 쓰러뜨려 (짝짜자 자작) 날려버려 도리타니! 

(짝짜자 자작) 도리타니!]


(※ '도리타니' '야쿠르트' 는 예시입니다.)




경기는 흥미진진하게 흘러갔는데요.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얘기하겠습니다.


[일본 겉핥기① 야구] 고시엔을 가다 (2)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