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매월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55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곡물 생산량 및 재고량이 크게 늘어난데다 달러화 강세·유가 하락이 겹쳤기 때문이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 1월보다 1%(1.8포인트) 하락한 179.4포인트였다. 지난해 3월 213.8포인트를 기록한 이래 11개월째 하락 중이며 2010년 7월 이후 최저치다. 유지류 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6포인트, 유제품은 8포인트 오른 반면, 쌀·밀·옥수수 등 곡물(5.6포인트)과 설탕(10.6포인트) 가격지수는 하락 폭이 컸다.

연도별·월별 세계식량가격지수 추이 (자료 : FAO)



역대 최대 규모의 곡물 생산량과 재고량이 가격 하락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FAO가 지난 5일 발표한 지난해 곡물 생산량 전망치는 25억4200만t으로 FAO가 한 달 앞서 발표한 전망치보다도 800만t이 늘었다. FAO가 예측한 2015년말 곡물재고량도 6억3100만t으로 15년만의 최대치다. 유가가 떨어져 식량 생산비와 운송비가 내려갔고, 곡물 가격을 표시하는 달러화가 강세를 보여 식량가격지수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식량가격 하락세의 효과는 농가별로 상반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원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쌀·콩·옥수수 등 사료에 들어가는 곡물 가격이 하락해 축산 농가는 생산비 절감 효과를 보겠지만 국제 쌀 가격 하락은 쌀 수입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 상승 시점에 대해 윤 교수는 “유가가 점차 오르고 있어 식량가격은 곧 오르겠지만, 가장 큰 변수는 식량 작황이기 때문에 정확한 시기를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