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을 하루 앞둔 8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가로지르는 장벽에도 구멍이 뚫렸다. 팔레스타인 청년 활동가들이 베를린 장벽 붕괴를 본따 이 장벽에 구멍을 뚫었다고 알자지라방송 등이 9일 보도했다.

얼굴을 가린 채 망치를 든 활동가들은 8일 예루살렘과 라말라의 경계인 서안지구 비르나발라 마을을 가로지르는 장벽에서 거사를 치렀다. 성인 3~4명이 들어갈 정도의 구멍에 팔레스타인 국기를 꽂은 이들은 “장벽이 얼마나 큰지는 중요하지 않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듯 팔레스타인 장벽도 무너질 것이다”고 팔레스타인 마안뉴스통신에 말했다.

팔레스타인 청년 활동가들이 8일 서안지구 비르 나발라 마을에서 분리 장벽에 망치로 구멍을 만든 뒤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비르 나발라 | AFP연합뉴스



이 분리 장벽은 팔레스타인 무슬림과 이스라엘 유대인의 거주지역을 구분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2002년부터 테러를 예방하겠다며 이 벽을 세우기 시작했다. 장벽이 완공되면 그 길이는 645㎞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분리 장벽은 이스라엘의 ‘인종차별 정책’의 상징으로도 악명이 높다.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토지 약 10%를 침범하고 있기도 하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2004년 장벽 설치가 국제법에 반한다고 판결했고, 국제적십자사도 “장벽이 인권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장벽을 건설한 효과가 있었다”며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활동가들은 팔레스타인 방송에 공개된 영상에서 “이스라엘의 분리 장벽 건설이 팔레스타인 무슬림들의 예루살렘 방문을 막을 수 없다”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인티파다(봉기)에 참여할 것을 독려했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예루살렘 동부지역 유대인 정착촌 건설과 유대인 접근 금지 등의 문제로 연일 충돌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활동가들이 장벽에 낸 구멍이 이스라엘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상징적인 조치라고 전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