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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좁은 출입계단 막은 원단 조각들… 안전 점검, 노동자 안전 담보 못해

“때르르르릉.” 지난 21일 오후 1시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미르푸르 지역의 한 의류공장에 흡사 화재경보 같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이 소리에 공장 노동자 수십명이 밖으로 몰려나갔다. 폭 1.5m쯤 되는 계단은 성인 두 명이 동시에 내려가기에는 비좁아 보였다. 지난해 4월24일 라나플라자 참사를 키운 원인 가운데 하나로 피해자들은 ‘좁은 계단’을 꼽았다.

반팔 티셔츠를 만드는 한 ‘라인(작업공정)’에는 15명이 분업을 하고 있었다. 각자 일하는 공간은 넓지 않아 앞에서 재봉틀을 돌리는 이의 팔꿈치가 뒷자리 재봉사의 책상에 닿을 듯했다. 한 노동자는 상표 태그를 일일이 붙이고 있었다. 더위를 쫓기 위해 천장에서는 대형 선풍기들이 쉼없이 돌았다. 그 때문에 바닥에 널브러진 원단 조각들과 먼지들도 바람에 흩날렸다. 4층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아예 원단 조각들로 막혀있었다.

밖으로 통하는 문은 주 출입구 하나밖에 없었다. 주변에서 본 의류공장 건물 네 군데에도 주 출입구 하나 외엔 비상구가 없었다. 그마저도 이중 철제문 구조여서 사람 한 명이 오고나갈 공간밖엔 없었다. 주 출입구는 대부분 대로변과 맞닿아 있었다. 주변엔 창문이 옆 건물에 막혀버려 햇빛조차 들지 않는 공장들도 있었다.

지난 21일 방글라데시 다카 미르푸르 지역의 봉제공장. 밖으로 나가는 출입구는 하나뿐이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좁은 계단도 원단 조각들로 막혀 있다. 다카 | 윤승민 기자


▲ 3개 기관 주축으로 점검 실시… 좁은 공간·비상계단 등 개선
공장 등록 관련법도 개정
1개 단체만 적발 후 강제성… 부패 공무원 허위점검 의혹도


라나플라자 참사와 2012년 11월 다카 인근 아슐리아의 타즈린패션 공장 화재는 방글라데시 의류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노동자들은 비좁은 건물에서 일하며 쉬는 시간도 누리지 못했다. 식수는 오염됐고, 작업량을 맞추지 못하면 그마저도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 탓에 식사마저 거르는 노동자도 있다. 노동자 대부분은 키가 기자의 어깨 정도였으며, 몇몇은 의류공장에서 일하다 간염 증세가 생겼다고 했다.

피해 보상만큼 안전 점검 문제가 중요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의류 브랜드와 정부, 국제노동기구(ILO) 등은 참사 이후 의류 공장 안전 점검에 참여하고 있다. 안전 점검은 3개 기관이 주축이 돼 이뤄지고 있다. 하나는 유럽 브랜드들과 미국 PVH(캘빈클라인 모기업) 등 150여개 기업이 주축이 된 ‘방글라데시 화재 및 건물 안전에 대한 협정(어코드)’으로, 1500여곳을 맡고 있다. 월마트, 갭 등 미국 업체 20여곳이 꾸린 ‘방글라데시 노동안전동맹(얼라이언스)’은 700여곳을 담당하고 있다. 정부가 실시하고 ILO가 지원하는 ‘국가안전계획’은 방글라데시에서 운영 중인 의류 공장 3497개 가운데 어코드와 얼라이언스 참여 기업들과 관련이 없는 곳을 대상으로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안전 점검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문제들은 대부분 화재·전기 안전, 식수 및 화장실 위생 등이다. 어코드는 홈페이지를 통해 각 공장에서 실시한 안전 점검 내용과 문제점, 개선 방안 등을 공개했다. 스리니바스 레디 ILO 방글라데시지부 책임자는 “전국 공장들을 상대로 안전 점검을 한 뒤 권고사항에 대한 재점검도 연말까지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안전 점검을 실시하면서 공장의 노동환경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다카 인근 가지푸르의 의류공장에서 일하며 노조 활동을 하는 산지다 수단은 “지난달 어코드의 조사단이 다녀간 이후로 일하는 공간이 넓어졌고, 비상 계단도 증축됐다”고 말했다. 노동단체들은 라나플라자 참사 이후 공장주들이 노동자 안전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공장 등록에 관한 법을 개정했다. 관공서의 조사 인력이 의류공장에 가서 안전 점검을 마친 뒤 공장을 등록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안전 점검이 노동환경을 궁극적으로 바꿀 해결책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우선 안전 점검에서 문제가 발견된 공장과 도급 계약을 맺지 않기로 한 곳은 어코드 소속 브랜드들뿐이다. 얼라이언스 가입 브랜드들은 안전 점검에 소극적인 편이다. 이 때문에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보고서는 “안전 점검과 사후 절차에 강제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방글라데시 정부의 안전 점검은 글로벌 브랜드뿐 아니라 노동자들에게도 신뢰를 잃고 있다. 부패한 공무원들이 안전 점검을 허위로 해왔으며, 라나플라자 소유주 소헬 라나처럼 적지 않은 공장주들이 정부 고위 인사와 긴밀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노동단체들은 정부의 노동환경 개선 의지의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계 노동단체 솔리더리티센터 활동가 룩샤나 아르주는 “정부는 지금까지는 안전 점검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도 “안전 점검을 국내외의 압력 때문에 하는지, 스스로가 하려는 의지가 있는 건지는 시간이 흘러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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