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청 퇴거 때와 똑같은 옷차림…자택 출발 9분 만에 도착
ㆍ점심은 집에서 싸온 김밥·유부초밥, 저녁 식사는 죽으로
ㆍ특수부 검사, 삼성 뇌물 혐의 집중 추궁…자정 넘겨 귀가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방송기자들이 리포트를 준비하고 있다. 10층 오른쪽 끝(빨간 선)이 박 전 대통령 조사실이 있는 곳이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방송기자들이 리포트를 준비하고 있다. 10층 오른쪽 끝(빨간 선)이 박 전 대통령 조사실이 있는 곳이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은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 앞에는 오전 7시부터 친박 지지자 100여명이 모여들었다.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을 막겠다며 자택 진입로 앞에 앉았던 여성 지지자 4명이 경찰에 의해 맞은편 도로로 들려 나가는 일도 벌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 9시15분쯤 자택에서 나왔다.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자택으로 올 때와 같은 짙은 청색 외투를 입고 특유의 올림머리를 한 모습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는 출발 8분30여초 만인 오전 9시24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내외신 취재진 100여명을 포함해 검찰 직원, 경호인력 등 200여명이 박 전 대통령을 맞았다. 박 전 대통령은 임원주 서울중앙지검 사무국장의 안내로 1002호 휴게실로 올라갔다. 중요 방문객 전용 금색 승강기가 아닌 일반 방문객용 은색 승강기를 탔다. 

박 전 대통령은 휴게실에서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와 10분 동안 티타임을 가졌다. 휴게실에 먼저 와 박 전 대통령을 맞이한 노 차장검사는 조사 일정과 진행 방식을 설명하며 “진상규명이 잘될 수 있도록 협조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성실히 조사받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티타임 후 박 전 대통령은 휴게실 옆 1001호 특수1부 조사실로 이동해 오전 9시35분쯤부터 조사를 받았다. 한웅재 형사8부 부장검사가 박 전 대통령을 신문하고, 배석한 검사 1명이 조사 내용을 타이핑했다. 여성 검찰 수사관 1명도 조사에 참여했다. 유영하 변호사와 정장현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옆자리와 뒷자리에 번갈아가며 앉았다. 

한 부장검사는 박 전 대통령을 ‘대통령님’ 혹은 ‘대통령께서’로 호칭하고, 박 전 대통령은 ‘검사님’이라고 답했다. 조서에는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기재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이날 밤늦게까지 대검 청사에 머물며 노 차장검사 등을 거쳐 수시로 보고된 조사 내용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낮 12시5분쯤 오전 조사가 끝난 뒤 휴게실에서 변호인들과 함께 김밥·유부초밥·샌드위치 등 미리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오후 조사는 1시10분에 재개됐다. 중간에 15분가량 총 2번 휴식시간을 거쳐 오후 5시35분쯤 끝났다. 박 전 대통령은 죽으로 저녁식사를 했고, 오후 7시10분부터 야간조사가 시작됐다.

조사 시작 후 11시간 만인 오후 8시35분 한 부장검사의 조사가 끝나고 5분 휴식 뒤 이원석 특수1부 부장검사가 조사를 시작했다. 

이 부장검사는 이번 조사의 핵심인 박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433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이날 밤 11시40분까지 3시간 동안 집중 추궁했다. 아울러 SK·롯데 등 다른 대기업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금품을 제공토록 했는지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진술조서 내용을 확인한 뒤 자정을 넘겨 귀가했다.
 

박광연·윤승민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