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3수 만에 당선…농업 경쟁력·FTA 피해 대책 등 과제 쌓여

향후 농협중앙회를 4년간 이끌게 될 농협중앙회장에 김병원 전 농협양곡 대표이사(62)가 당선됐다. 농협중앙회는 첫번째 호남 출신 민선 중앙회장을 맞게 됐다.

농협중앙회는 12일 중앙회장 선거 2차 투표 결과 김병원 후보가 총 유효투표수 289표 중 163표(득표율 56.4%)를 얻어 126표를 얻은 이성희 전 경기 낙생농협 조합장(66)을 누르고 23대 농협중앙회장으로 당선됐다고 밝혔다. 1차 투표에서는 290명의 선거인단 중 이성희 후보가 득표수(104표)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수가 되지 않아 두 후보를 대상으로 2차 투표가 치러졌다.

김병원 전 농협양곡 대표이사가 12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제23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뒤 손을 번쩍 들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원 당선자는 전남 나주시 출신으로 농협중앙회장이 1988년 임명직에서 선출직으로 바뀐 이후 첫번째 호남 출신 농협중앙회장이 됐다. 김 당선자는 전남대에서 농업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남평농협 전무와 조합장(3선)을 지냈다. 농협중앙회 자회사인 농협양곡과 NH무역에서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07년과 2011년 치러진 중앙회장 선거 때도 후보로 출마했으나 현 최원병 회장에게 고배를 마셨다. 특히 2007년 선거 때는 1차 투표에서 5명의 후보들 중 1위를 차지하고도 2차 결선 투표에서 최 회장에게 역전당했다. 공교롭게도 ‘3수’였던 이번 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2위였던 김 당선자가 2차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김 당선자는 후보 때부터 ‘지역농협의 권한 강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역농협의 연합체 이상으로 권한을 행사해오던 농협중앙회를 개혁하겠다는 뜻이 공약상에서는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는 평을 들었다.

새 농협중앙회장은 조합원 234만명, 자산 400조원, 계열사 31개, 임직원 8만8000여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을 책임지게 되지만, 과제가 만만치 않다. 우선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늘어난 농산물 수입으로 인한 농업계 피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6개 연구기관의 발표를 보면, 한·중 FTA 발효 후 20년간 농림업과 수산업은 각각 연평균 생산이 77억원, 104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부문 경쟁력 강화도 당면과제다. 농협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7788억원에서 2014년 5227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농협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당기순이익률은 1.7%로 국민은행 4.51%, 신한은행 7.5%, 하나은행 8.12%와 비교해 크게 낮다. 농협 공제수수료와 카드수수료가 갈수록 줄어드는 점도 농협중앙회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농협중앙회 역시 4조5000억원에 이르는 차입금의 원금과 이자를 내년부터 상환해야 하지만 아직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농협중앙회가 회원조합과 조합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해결 과제다. 중앙회가 자체 수익 증대에 주력할 것이 아니라 농민들의 사업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당선자는 “농협을 맡겨주신 뜻을 잊지 않고 조합원들의 어려움과 고민거리를 해결해 234만 조합원들이 웃고 웃으며 세계 속에 빛나는 한국 농협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