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전·월세 상한제로 급한 불 끄고, 장기적으론 공공임대 늘려야

▲한국 장기공공임대 비중 5.5% 
OECD 평균 11.5%에 못 미쳐
2년 후 추가계약 갱신 의무화
월세 전환율을 낮추는 방안도


경기 용인에 사는 ㄱ씨는 지난 3월 서울 친구의 집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주민센터에서는 주민등록증 뒷면에 ‘서울 성북구 안암로’라는 스티커를 붙였다. ㄱ씨는 “내년 결혼 때문에 ‘시프트 전세’를 신청하고 싶어서 편법이지만 거주지를 옮겼다”고 말했다. 시프트란 서울시 SH공사가 서울 거주자에 한해 주변 시세의 80% 이하에 최장 20년간 거주토록 한 장기 전세아파트를 가리킨다. ㄱ씨는 전세난에 값싼 공공임대주택으로 눈을 돌렸지만 당첨되기란 쉽지 않았다. 물량이 많지 않아 경쟁률은 수십에서 수백 대 1에 달하고, 자격요건도 까다로운 탓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난을 막기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성수 주거복지연대 전문위원은 “처음엔 임대로 들어갔다가 일정 기간 뒤 내 집으로 전환할 수 있는 분양조건부 공공임대주택 등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우리나라 주택정책은 신규 주택 공급 위주인 반면 유럽은 임대주택 건설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한국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 ‘임대주택 재고현황’ 통계를 보면 2014년 기준 장기 공공임대주택 수는 82만호로, 전년 대비 3만7000호 증가했다. 전체 주택에서 장기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5.5%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OECD 국가들의 장기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11.5%에 이른다. 특히 네덜란드(32%), 오스트리아(23%), 덴마크(19%) 등은 장기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높다. 공공임대보다 민간임대가 더 많은 독일에서는 수많은 개인과 비영리법인들이 정부와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사회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민간주택이지만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수준으로 임대료나 임대기간, 입주 대상자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공공이 관리하는 임대주택이 다수를 차지하면 민간임대주택의 임대료도 적정 수준으로 유지된다.

전·월세난의 급한 불을 끄려면 정부가 전세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통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장기 공공임대를 늘려야 하지만 1~2년 안에 되기 힘들다”며 “단기적으로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해 전세시장에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월세 상한제란 전·월세 인상률을 적정 이자율에 물가상승률과 연동하는 수준 등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이와 함께 전세계약 2년 만료 후 2년간 추가 계약 갱신을 의무화하고 갱신 시 적용되는 월세 전환율을 낮추는 방안도 제기된다. 현재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월세 전환율을 ‘연 10%’와 ‘한국은행 기준금리×4배’ 중 낮은 비율을 적용토록 하고 있지만, 계약기간 2년 동안에만 효력을 인정한다. 2년이 지난 뒤 집주인이 높은 임대료를 요구해도 세입자는 보호받을 수 없다. 전세 계약 갱신을 한 번 더 할 수 있게 하고 월세 전환율을 낮추면 사실상 전·월세 상한제와 같은 효과를 내게 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 강남처럼 전·월세 가격 급등 지역에 한해 부분적으로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면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전세 대란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상한제 도입이 전세의 월세화를 더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면서 “전세를 놓는 집주인에게는 세제 혜택을 주고 세입자에게는 주택 바우처를 지급하거나 공공주택 임대가격을 낮추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덕·윤승민 기자 duk@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