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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사회적 협동조합 카페 실습생

점심시간을 맞은 이탈리아 볼로냐 중심가의 2층짜리 카페테리아 ‘카페 드 라 페’는 파니니며 샌드위치를 굽는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서빙을 담당한 크리스티안 수치 치멘티니(23)는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까만 앞치마를 두른 차림으로 쉴 새 없이 주문을 받고, 접시를 나르고, 손님이 식사를 마친 자리를 청소했다. 수도 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그의 이마와 셔츠 뒷덜미에는 땀이 송글송글 배어 있었다. 치멘티니의 하루는 오전 11시에 출근하면서 시작된다. 점심 손님이 몰리기 전에 가게를 치우고, 낮 12시를 조금 넘기면 주방과 홀을 바쁘게 오가며 서빙을 한다. 남은 음식을 정리하고 설거지까지 마치고 나면 1시간 정도 쉴 짬이 난다. 오후 4시부터 1시간 정도 가게를 청소하면 하루가 끝난다.

치멘티니는 요식업 계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졸업 뒤에도 취직이 잘되지 않았다. 학교는 그에게 ‘이우스타레스’라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추천했다. 이우스타레스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취업이 힘든 청소년들에게 실습 기회를 주고 일자리를 소개해준다. 주로 사회단체나 법원, 학교 등에서 위탁한 청소년들이 이곳에 온다. 지금까지 이 카페에서 취업교육을 받은 청소년은 모두 350명. 주 30시간, 3~6개월 실습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더 오래 일하기도 한다. 치멘티니는 교육과정을 다 끝내고 실습생 자격으로 2년째 이 카페테리아에서 일하고 있다. 

이탈리아 볼로냐의 협동조합 이우스타레스가 운영하는 카페테리아 ‘카페 드 라 페’에서 실습생 크리스티안 수치 치멘티니가 커피를 손님에게 건네고 있다.


지난 1월26일 이 카페를 찾았다. 카페 책임자이자 요리사인 프란치스코 본필리오리(38)는 “취업하기 힘든 아이들에게 첫 발판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에게는 첫 경력을 만들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적어도 이 아이들이 일을 전혀 해 보지 않은 아이들보다는 현장에서 일을 더 잘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우스타레스는 일하려는 의지가 없는 아이들에게 의욕을 심어주고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현장 실습만이 아니라 워드프로세서로 이력서를 작성하는 법 같은 취업 실무도 가르친다. 올해부터는 외부 강사를 초빙해 손님들이나 동료들과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방법도 지도하기로 했다. 난민이나 이주민 2세, 정규교육을 다 못 받은 아이들에게는 이탈리아어도 가르쳐준다. 소말리아나 중국, 필리핀, 몰도바, 몬테네그로 등에서 온 청소년들이 지금 치멘티니와 함께 일하고 있다. 

치멘티니의 교육기간은 올해 끝난다. “이곳은 나의 두 번째 집과 같은 곳이에요. 이곳에서 만난 동료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고, 내가 열심히 일하는 만큼 나를 잘 대우해줘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이곳에서 계속 일하고 싶어요.” 손님이 뜸한 오후, 부지런히 빈 테이블의 커피잔을 치우면서 그가 말했다.

<볼로냐 |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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