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추모집회 첫 제안 ‘히바 이크람’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인근 인도변에 파키스탄인 50여명이 모였다. 16일 파키스탄탈레반(TTP)의 공격으로 숨진 페샤와르 군 공립학교 학생 130여명을 추모하기 위한 촛불집회가 열린 것이다. 영하 7도의 추운 날씨였지만, 참가자들은 촛불을 들고 조용히 숨진 학생들의 넋을 기렸다.

20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인근에서 열린 파키스탄 페샤와르 군 공립학교 테러 추모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촛불 주변에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 _ 윤승민 기자

이 집회를 처음 제안한 파키스탄인 히바 이크람(22·사진)을 21일 용산구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히바는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바흐리아대 3학년으로, 겨울방학을 맞아 아버지가 근무하는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에서 지난달부터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히바는 “당시 응급처치를 배우던 학생들이 역설적으로 테러의 희생양이 됐다는 소식과, 친구들을 떠나보낸 생존 학생들의 삶이 안타까웠다”며 “세계 어디서나 인권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해 서울에서 추모집회를 열자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 살던 히바가 아는 한국 내 파키스탄인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전 파키스탄유학생회 회장이 히바의 제안을 우연히 보게 됐고, 곧 유학생회가 나서서 집회 기획과 진행을 도왔다. 히바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촛불집회에 와서 기뻤다”고 말했다.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등 국제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는 히바는 지난 4월 TTP가 집 근처 경찰서를 공격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TTP가 파키스탄 대다수 세속화된 무슬림들에게 극단주의 신앙을 강요하며 공격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무슬림이 곧 테러리스트라는 편견이 전 세계에 만연해 안타깝다”며 “많은 파키스탄인들도 한국인들처럼 테러에 반대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년 1월 인턴을 마치고 학업을 위해 파키스탄으로 돌아가는 히바는 “졸업 후 외교 정책가가 되어 이슬람의 왜곡된 이미지를 바꾸고, 파키스탄이 전 세계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20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인근에서 열린 파키스탄 페샤와르 군 공립학교 테러 추모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 윤승민 기자



20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인근에서 열린 파키스탄 페샤와르 군 공립학교 테러 추모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촛불 주변에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 | 윤승민 기자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