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지역 반발에 입지 선정·번복 등 잡음
ㆍ비싼 임대료 청년 주거난 해소 ‘역행’

박근혜 정부가 20·30대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내놓은 행복주택사업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입지 선정부터 임대료 책정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충분히 검토하고 고민하고 소통하면서 추진했어야 하지만, 임기 내에 마무리하기 위해 급하게 추진하다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행복주택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으로 도심지 철도부지·유수지 등에 ‘반값 임대료’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비슷한 정책이 과거에 사업성이 없어 폐기됐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박 대통령은 국정과제로 ‘임대료가 반값인 행복주택 5년 내 20만가구 건설’을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취임 첫해인 2013년 5월에 행복주택 시범지구 선정 때부터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지방자치단체들과 지역 주민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시범지구가 선정됐기 때문입니다. 서울 목동에서는 가뜩이나 인구가 포화상태인 데다 유수지에 행복주택을 건립할 경우 홍수가 나면 어떡하느냐는 주민들의 반발이 일었습니다. 결국 법정공방까지 벌어진 끝에 목동지구는 지난달 말 시범지구에서 제외됐습니다. 

목동지구가 해제되니 이번엔 공릉지구 주민들이 반발했습니다. 행복주택지구 지정 해제는 없을 것처럼 설명하던 정부가 태도를 바꿨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는 “공릉지구는 지구 지정 후 사업승인까지 끝나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다”며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반발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지구 지정 문제뿐 아니라 ‘비싼 임대료’도 논란거리입니다. 공약의 핵심 사항인 ‘반값 임대료’는 이미 없던 일이 됐고, 주변시세의 60~80%인 현재 임대료도 청년층이 부담하기엔 버겁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행복주택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2012년 기준 서울시내 청년가구 중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이 30% 이상인 가구가 69.9%라는 조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약 70%가 소득 30% 이상을 주거·관리·난방비에 쓴다는 뜻입니다.

진학과 취직 때문에 20·30대가 많이 몰려 있는 서울의 주거 사정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행복주택 임대료는 서울시·SH의 청년 공급 주택보다도 1.5~2배 높게 책정돼 있습니다. 국토부는 강동강일지구의 행복주택 월세(38만원)는 사회초년생의 세후 월수입이 138만원이라고 할 때 RIR가 수도권 평균(27.6%)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청년주거운동 단체인 민달팽이유니온의 임경지 위원장은 “청년 RIR가 25% 이상이면 해외에서는 주거복지 정책 대상”이라며 반박합니다. 정부는 행복주택이 부담스러우면 다른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라고 하지만, 행복주택 첫 입주공고 때 사회초년생 경쟁률이 208.5 대 1까지 치솟은 데서도 나타나듯 서울시내 청년주거 수요는 포화상태입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은 2012년 국토해양부 주거실태조사에서 서울 옥탑방 거주 청년이 0명이라는 ‘비현실적’인 결과가 나왔음을 들며 실태조사에 주거 빈곤층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청년을 위한 주거 공급이라는 목표는 좋았지만, 급하게 추진돼 문제가 많다”고 말합니다. 행복주택이 더 신중하게 추진됐다면 청년과 인근 주민들이 모두 행복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국토부는 “그동안의 논란은 시범사업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며 행복주택 전국 7만 가구는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