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최경환 부총리 - 기준금리 인하·규제 개선 등 재계 숙원 들어줬는데…
ㆍ경제 5단체장 - 내수시장 협소… 임금 올려봤자 수출경쟁력 약화 배려 필요

“소비 회복을 위해 임금 인상에 나서달라.”(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 내수가 협소해서…(임금을 올려도 소비에 도움 안된다).”(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13일 낮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5개 경제부처 수장과 경제 5단체장이 2시간 동안 점심을 함께했다. 하지만 회의장 분위기는 냉랭했다. 정부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로 재계의 숙원 하나가 풀린 만큼 청년고용과 임금 인상에 경제계가 화답해줄 것을 촉구했지만 말이 먹혀들지 않았다. 두 시간의 오찬에서 합의된 것은 재계가 제안한 골프회동뿐이었다. 간담회에는 기획재정부 외에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 5개 부처가, 경제계에서는 대한상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참석했다.

최 부총리·경제 5단체장 간담회… 2시간 회의 결과물은 ‘골프 회동’ 최경환 경제부총리(오른쪽에서 두번째)가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다섯번째)과 오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회의 초반부터 분위기는 딱딱했다. 최 부총리는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고 경제계 인사들도 무표정했다. 최 부총리는 “임금 인상으로 소비가 회복되도록 힘을 모아달라”며 “당장 임금 인상이 어렵다면 협력업체에 적정 대가 지급 등을 통해 자금이 중소 협력업체에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그간 재계를 위해 해온 일을 열거하며 전날 한은의 금리 인하도 꼽았다. 금리를 내리면 수출기업 경쟁력은 높아지지만 소비자들은 높은 수입가격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은연중 강조한 것이다. 그는 “핵심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고 있다”며 “기업들도 청년고용과 투자활성화 등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계는 최 부총리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한국은 내수가 협소해 소비 촉진도 중요하지만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배려가 필요하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 임금을 전반적으로 높여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도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고 60세 정년연장으로 기업 부담이 커졌다”고 거들었고 박병원 경총 회장은 “고용과 임금 간의 트레이드오프(교환) 관계가 있다”고 가세했다. 트레이드오프란 하나를 달성하려 하면 나머지가 희생되는 관계를 말한다.

오찬이 예상 시간을 30분 넘겨 진행됐지만 재계의 반발에 밀려 성과는 없었다. 최 부총리는 기자들에게 “경제 현안에 대해 얘기했다”며 답을 피했다.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브리핑에서 “임금 인상 여력이 있으면 올리라는 차원에서 ‘적정 수준 임금 인상’을 요구한 것”이라며 톤을 낮췄다. 정 차관보는 “서비스업계가 위축돼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와 부총리가 적당한 날을 잡아 단체장들과 골프를 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