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좋아져서 기부와 구호도 쉽게 하게 됐다. 전화 몇 통, 클릭 몇 번이면 아프리카나 중남미 대륙에 있는 아이들에게 매월 일정액을 후원하는 세상이 왔다. 도움이 급한 한국 사람을 돕는게 낫다,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돈 얼마 쥐어주는게 전부가 아니다 등등, 비판할 수 있겠다. 그래도 안하는 것보다는 매월 계좌이체든 뭐든 후원하는 게 낫다고는 생각한다.


얼마전에 페북을 뒤적이다 사진을 하나 보고 놀랐다. 까무잡잡한 아이가 상의를 벗은 채 담배인가를 피우고 있었다. 어린애가 담배피는 걸 보고 놀란 게 아니다. 사람들은 너무나도 당연히 그 아이를 '중남미나 아프리카에서 구호물자를 받아야 하는 아이'라고 판단했다. 웃자고 올린 사진이었고, 그 아이가 어떤 상황인지 아는 게 중요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군상들의 편견을 보니 절로 흠칫하게 됐다.




왜 세계 여러나라에서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로 몰려드는가. 뉴욕타임스에서는 지난달 21일자로 가장 많은 수가 IS에 가담했다는 튀니지 사람들 얘기를 보도했다. IS에 가담한 20대 어간 청년들은 대개 튀니지에서 실업,차별에 치를 떤 이들이란다. 


그들은 말했다. "IS는 사회정의다. IS가 페르시아만의 오일 부자 국가를 흡수하고 부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줄거다." 총성이 빗발치는 중동지방에서 억울한 사람들을 사살하는 이들은, 한국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문제에 시달리고 있었다. 


(물론 실제 사살에 관여하는 이들은 외국에서 유입된 청년들이 아니라, 오랜 기간 무장단체 생활을 한 '전사'들일 수도 있다. 여기서 '이슬람이 문제'라고 짚는다면 정확한 지적은 아닐 것이다.)


왜 아프리카에는 아직도 장기집권 지도자들이 많은가. 원인이야 나라마다 다르겠지. 하지만 오늘 기사를 쓰다 대강 보게 된건, 다들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라는 명분으로 집권을 시작했다는 거다. 내전이 됐든 독립이 됐든, 국민들의 지지였든 외부세력(대개는 서방)의 지시였든, '혼란을 수습하는 게 먼저다'를 내세워 집권층이 된 이들은 그 자리를 20~30년씩 지켰다. 


국민들이 진짜 원해서 지도자들이 오래 집권한다면 무슨 문제가 있으랴. 다만 '혼란을 수습해야 하니'라는 이 명분, 쓰면서 정말 맘에 안들었다. 사실 어디서 많이 들었던 말이다. 일제시대에 누가 그랬고, 1960년대에도, 1980년대에도 누군가는 그랬다. 그 명분으로 자리 잡은 이들이 남긴 것들은 유령처럼 이 나라를 맴돌고 있지 않나.


글 앞에 구호와 편견 얘기를 한건, 요 며칠새 들은 중동-아프리카 이야기가 남의 나라 얘기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편견을 갖고 있는 게 잘못이라고 보진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총 맞아 죽지 않고 굶고 있지 않는다고 해서, 흔히 '제3세계'로 선을 그어버린 이들보다 우리가 더 나은 건지도 잘 모르겠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