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판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논란이 불붙었다. 독일의 난민 수용소 경비원이 난민의 얼굴을 짓밟은 사진이 공개돼,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서 벌어진 미군의 전쟁 포로 학대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진 속 인권 침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주정부와 총리실까지 나서 사과했다.

논란은 28일 독일 쾰른 지역 방송국인 WDR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시작됐다. 방송에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부르바흐의 한 난민 수용소에서 경비원이 난민의 얼굴을 한 발로 밟은 채 웃고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독일 도이체벨레 웹사이트 캡처 (http://www.dw.de/after-abuses-german-state-reforms-security-measures-at-refugee-facilities/a-17965738)



그러자 유럽의 대표적 난민 유입국인 독일에서 인권 침해 논란이 벌어졌다. 현지 언론들은 이 사진에 ‘독일판 아부 그라이브’라는 이름을 붙였다. 미군이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서 벌인 이라크 전쟁 포로 학대 사진이 연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사진 속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한 경찰 조사 중, 수용소 경비원들에 범죄 전력이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분쟁 지역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한 난민들을 관리하는 수용소 경비원들을 고용하면서 범죄 행적 조사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독일은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내전과 2011년 이후 시리아 내전으로 발생한 이민자들을 받아들였다. 독일에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입국한 해외 망명 신청자 수는 20만명을 넘는다. 그럼에도 독일인들은 자국의 난민 수용에 비교적 긍정적이다. 독일 ARD방송이 지난달 22~24일 실시한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독일인 48%는 ‘독일이 더 많은 난민을 받아들여야하는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슈테펀 사이베르트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29일 “독일은 인간 존엄성이 존중하는, 인도적인 국가다”라고 말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정부 내무장관 랄프 야거도 30일 기자회견에서 “(인권 침해 관련해 벌어진 일에) 화가 나고 부끄럽다. 모든 피해자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일이 앞으로도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도이체벨레 등은 지적했다. 특히 최근 독일 내 망명신청자 유입이 급증하는 데 반해, 각 주정부가 확보한 난민 수용 시설과 예산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독일 망명 신청자수 12만7000명은 2012년의 7만8000명의 1.6배가 넘는 수치다. 일각에서는 난민들이 독일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 필요한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