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인사검증 시작되자 동생 직장 건보 피부양자로 올려
ㆍ오늘 청문회…우상호 “청문회 하나마나” 사퇴 요구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가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때인 7월13일 순천대에서 강연하고 있다. aT 홈페이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59) 어머니가 10년 동안 ‘빈곤계층’으로 등록돼 2500만원이 넘는 의료비 혜택을 받아온 것으로 31일 드러났다.

김 후보자는 그동안 농식품부 고위공무원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등 모친을 충분히 부양할 수 있는 자리에 있었다.

[김재수 후보자 새 의혹]김재수 모친, 10년간 ‘빈곤계층’ 의료비 혜택…뻥 뚫린 검증

부동산 특혜 대출·매입·임차 등 문제가 불거진 상태여서 1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야당이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등 장관직 부적격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번 개각 인사검증을 지휘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책임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도덕성 의혹 휘말린 김 후보자

김 후보자 어머니 박모씨는 김 후보자가 고위공무원과 공기업 사장을 거치는 지난 10년 동안 의료급여 대상자와 차상위계층으로 등록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자 어머니는 이 기간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2500만원이 넘는 의료비 지원을 받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부양 의무를 가진 자녀가 있는 경우 의료급여 대상자로 등록될 수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김 후보자 모친이 의료급여 대상자로 등록돼 있던 것은 맞다”며 “김 후보자가 8살 때 부모가 이혼을 해 모친과 떨어져 살다 보니 해당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호적상으로는 김 후보자와 모친이 별도 세대를 구성하고 있어 생모와 지차체가 잘못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 어머니는 청와대가 김 후보자에게 인사검증 자료를 요구한 바로 다음날 외국계 기업 임원인 김 후보자 동생의 직장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시작되자 어머니가 부당하게 의료급여 대상자로 등록된 것을 숨기기 위해 급하게 동생의 피부양자로 등록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김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자료를 보면 어머니 박씨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김 후보자 부양가족으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는 “상세한 해명은 9월1일 국회 청문회에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의 부동산 의혹도 해명되지 않고 있다. 앞서 그는 2001년 10월 식품 관련 그룹 계열 건설사가 분양한 경기 용인시 88평 아파트를 분양가보다 2억1000만원 싼 4억6000만원에 매입했다. 주미 대사관 참사관으로 발령나자 이 아파트를 건설사에 임차한 뒤 2006년 귀국해 팔아 자신의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3억4700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해운중개업체가 보유한 용인의 93평 아파트에 1억9000만원을 주고 전세를 살면서 7년 동안 전셋값이 오르지 않기도 했다.

야당은 의혹이 꼬리를 물고 제기되는 김 후보자 사퇴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수 후보자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인사청문회를 하나마나다. 해명이 해명이 아니다”라고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부실 드러난 ‘우병우표 검증’

김 후보자는 물론 다른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한 우병우 수석의 인사검증 문제도 다시 도마에 오르게 됐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2차례 아파트 매매로 27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고, 앞서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는 지난 19일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신분을 속여 징계를 면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지난 26일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조경규 환경부 장관도 앞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녀를 자신의 근무처인 기획예산처에서 봉사활동 실적을 쌓게 한 사실이 드러나 사과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8·16 개각을 통해 내정된 장관 후보자 3인과 이철성 청장 등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공직 후보자 4명이 모두 ‘부실 검증’ 논란에 휩싸였다.

우 원내대표는 우 수석에 대해 “자기방어에 급급해 이런 사람 하나 걸러내지 못하는 한심한 나라에 살고 있다”며 “야당 의원이 발견할 수 있는 정도의 부적격 사유를 어떻게 민정수석이 걸러내지를 못하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우병우 기준으로 검증을 했으니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을 분노케 한다”고 했다.

<윤승민·조미덥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