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계의 오사마 빈라덴’, ‘멕시코의 로빈후드’ 등으로 불리던 세계 최대 마약왕이 결국 붙잡혔다. CNN방송 등은 멕시코 마약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의 보스인 호아킨 구스만이 22일 시날로아주 마사틀란의 한 해안 리조트에서 검거됐다고 보도했다. ‘엘 차포(땅딸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구스만은 2001년 복역 중인 교도소에서 세탁물 운반차량을 이용해 탈옥한 뒤 멕시코와 미국의 추적을 받아왔다.
시날로아 카르텔은 남미의 콜롬비아에서 미국 애리조나주까지 헤로인과 코카인 등을 유통시켜온 마약조직으로, 특히 최근 몇 년 새 멕시코 북서부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구스만은 1993년 체포돼 마약밀매와 살인 혐의로 20년형을 언도받은 바 있다. 탈옥 뒤 13년간 수배를 당하면서도 시날로아 카르텔을 조종해왔다. 포브스는 이 카르텔이 매년 30억달러(약 3조2100억원)씩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구스만은 2012년 포브스 선정 세계 억만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 이 잡지가 꼽은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67위에 오르기도 했다. 마사틀란 지역의 가난한 주민들에게는 현금 뭉치를 나눠주며 매수, ‘로빈후드’ 같은 의적처럼 스스로를 포장하기도 했다.
구스만은 미국에서도 돈세탁과 공갈 혐의로 기소됐다. 2년 전에는 미군이 오사마 빈라덴 제거작전에 투입했던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을 구스만 체포작전에 투입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멕시코의 빈라덴’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멕시코 검찰의 이번 구스만 검거작전에서도 미국 마약단속국이 적극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정보기관은 구스만의 경호를 맡은 300명 규모의 마약조직원 중 일부를 체포했고, 기습작전을 통해 리조트에 머물던 구스만을 교전 없이 붙잡을 수 있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트위터에 글을 올리며 구스만 검거에 기쁨을 표했고,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도 이번 검거가 “멕시코와 미국 시민들의 승리”라며 환영했다.
멕시코 정부는 미국의 지원 속에 몇 년째 ‘마약 갱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7월 ‘로스세타스 카르텔’의 우두머리 트레비뇨 모랄레스를 체포한 데 이어 이번에 구스만을 체포한 것은 큰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 뉴욕타임스는 마약범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구스만 체포가 조직의 심장부를 깰 만큼 치명적이지는 않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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