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현 간선제보다 후퇴…“정권 입맛에 맞는 인물 앉히기”

정부가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대의원 간선제에서 이사회 호선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 개편과 함께 중앙회장의 권한이 법적으로 축소되고, 외국의 협동조합도 호선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중앙회장을 직선제로 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던 상황에서 정부가 갑작스럽게 간선제보다도 후퇴한 선출 방식을 들고나와 농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농림축산식품부는 19일 이런 내용을 담은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20일부터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농협법 개정안에는 중앙회장을 대의원 총회보다 규모가 작은 이사회에서 호선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겼다. 농협중앙회장은 대의원 조합장 291명이 선출하도록 돼 있는데, 호선제하에서는 선출 권한이 30여명의 이사들에게만 주어진다. 조재호 농식품부 농업정책국장은 “중앙회장이 사업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권한이 이사회 의장 수준으로 줄어들게 돼 호선제가 그에 적합한 선임 방법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 외국 농협이 회장을 호선제로 뽑는다는 점도 호선제 전환 근거로 들었다. 

개정안은 또 농협의 사업들을 중앙회장이 농업경제대표·축산경제대표 등 각 부문 대표에게 위임하고 전결하도록 한 현행 체제 대신 각 대표 고유의 업무로 명확화했다.

하지만 논란이 예상된다.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는 “중앙회장은 지금도 비상임 직책이지만 법에 명시되지 않은 권한이 막강하다”며 “법을 개정해도 회장의 권한은 줄지 않아 호선제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난 1월 중앙회장 선거에서 정권에 우호적인 인사가 낙선한 이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기 위해 호선제로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30명의 이사들만이 회장을 결정하도록 하면 정권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농업계에서는 농협회장 직선제 도입 논의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급작스럽게 호선제를 들고나온 것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