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축산·화훼·요식업계의 선물 상한액 인상 요구는 반영 안돼
ㆍ공직자 시간당 50만원·언론인 100만원…강연료 기준 달라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이 9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이 9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사회 부패의 고리를 끊기 위해 마련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이 9일 입법예고됐다. 당초 논란 끝에 국회를 통과하고도 대상과 제한금액 범위를 두고 난항을 거듭하다 1년2개월 만에 구체안이 마련된 것이다.

공직자뿐만 아니라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까지 아우르는 김영란법 시행령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공직사회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제한금액은 ‘공무원 강령’ 가깝게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법으로 불린 김영란법 시행령에서 가장 관심을 끈 부분은 사교·의례적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품의 상한액 설정이었다. 농축수산업계는 현행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라 기준이 설정될 경우 소비 감소 등 경제적 타격이 우려된다며 한우와 굴비, 화훼 등을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외식업계도 상한액을 높여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시행령은 예외 없이 식사·다과·주류·음료 등 음식물은 3만원, 금전 및 음식물을 제외한 선물은 5만원, 축의금·조의금 등 부조금에 해당하는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상한액을 설정했다.

단체로 식사 대접을 받았을 경우 1인당 접대 비용은 n분의 1로 상한 여부를 따진다. 경조사비에는 경조사 목적으로 보내는 화환이 포함되며, 경조사 목적이 아닌 승진 선물 등으로 화환을 보낸다면 5만원의 선물 기준이 적용된다.

식사의 경우 현행 공무원 행동강령을 유지하고 경조사비만 5만원 정도를 올린 것으로 사실상 기존 행동강령에 가깝게 설정됐다.

이 같은 결정은 시행령에서 허용금액 기준을 너무 높게 잡으면 법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누더기법’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은 상한액 설정에 대해 “여러 설문조사와 공청회를 통해 가장 다수 의견이 반영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공직·민간 기준 다른 외부 강연료

외부 강연 사례금은 공무원 행동강령을 기초로 직급별 시간당 상한액을 장관급 이상 50만원, 차관급 40만원, 4급 이상 30만원, 5급 이하 20만원으로 설정했다.

김영란법 대상 포함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됐던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은 직급별 구분 없이 시간당 100만원을 사례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권익위는 “민간 부문의 자율성, 외부 강연 사례금 수준이 전문성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경제 원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직자가 아닌 민간 부문까지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그 기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당초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논쟁도 여전히 불씨로 남는다. 민간 부문 관계자들과 공직자 240만명에 배우자를 포함할 경우 법 적용 대상은 400만명에 달한다. 또 상한액을 초과해 식사를 대접하거나, 선물 또는 경조사비를 주면 제공자 역시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기 때문에 법 적용 범위는 훨씬 넓어지게 된다.

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 민간 영역을 포함시킨 것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결정을 기다리고 있어 추후 이에 따른 수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지선·윤승민 기자 jslee@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